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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2. 08:07

크로싱 - 가슴 절절한 눈물, 답답한 현실

이 영화 소개는 남상석 기자의 영화이야기에서 퍼왔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밤에는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립니다. 한국 영화계가 유례없는 침체에 빠져 있고, 지난 몇 년과 비교할 때 천만 관객을 넘은 대박 영화도 없고,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도 그리 많지 않아 영화인과 팬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축제분위기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들을 놓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SBS TV에서 금요일 밤 8시 5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생중계할 예정이니 많은 시청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본선에 오른 30여 편의 후보작들 (다 봐야하지만 본연의 업무와 병행하는 관계로 그 가운데 못 봤던 영화와 주요 영화들 위주로 일부분만 보았습니다.) 가운데 개봉 당시 못 본 영화들 중에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도 있고, 다시 봐도 여전히 좋은 영화도 있고, 역시 아니다 싶은 영화도 있더군요. 

 이번 주에는 6편의 국내외 영화가 개봉됩니다. 한국영화로는 [크로싱]과 [무림여대생]이 있고, 외국 영화로는 액션 블록버스터 [원티드]와 각각 일본과 독일 애니메이션인 [갓파쿠와 여름방학을]과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이 있네요. 또 스웨덴 영화 [하트브레이크 호텔]도 있습니다.

크로싱 (감독: 김태균, 주연: 차인표, 신명철, 서영화, 12세 관람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전격적으로 영화화 했습니다. 여러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실제 탈북자 출신 스태프들이 참여해 사실성을 높였고 전형적인 멜로와 신파로 잘 녹여냈습니다.

차인표주연의 영화 크로싱

차인표주연의 영화 크로싱

 함경도 탄광 노동자인 용수(차인표)는 전직 축구선수로 아내(서영화)와 아들 준이(신명철)과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결핵에 걸리고 모든 것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북한 땅에서는 구할 수 없는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향합니다. 벌목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중국 공안에게 추격당하고 약과 돈만 마련하면 곧 돌아가겠다는 기약은 가물가물해집니다. 아내는 결국 숨을 거두고 돌봐줄 사람 없는 아들은 비참한 꽃제비 신세로 전락합니다. 어찌어찌하다 남한 땅에 들어온 용수는 하나뿐인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시사회가 끝난 뒤, 몇몇 사람들 반응 가운데 공통적인 부분은 ‘영화는 괜찮은데 흥행 여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경의 남쪽]의 선례를 들기도 하고 요즘 젊은 애들은 이런 칙칙한 영화 안 좋아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앞에서 전형적인 멜로와 신파라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한계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죽고, 아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객의 눈물을 강요하는 오버가 없다는 것은 탈북자라는 소재를 착취하려하지 않았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장점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탈북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통화하는 대목에서 몇 배나 더 미안하고 죄스러운 아버지에게 어린 꼬마가 연신 ‘잘못했습네다.’를 반복하는 장면과 용수가 슬픔을 꾸역꾸역 삼키는 대목은 어느 나라 사람에게 보여줘도 눈물을 쏟게 만드는 보편성을 지녔습니다. 아버지의 탈북 과정이 진행되는데 자꾸 북에 남겨진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는 횟수가 많은 것은 앞으로 전진해가는 영화의 흐름을 자꾸 뒤로 돌리는 관습적인 백스텝이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유명도와 여러 가지 사회 활동에 비해서 연기력과 흥행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해온 차인표는 함경도 사투리라는 필터 덕분인지 향상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그의 연기를 악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보리울의 여름]부터 힘 뺀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앞으로 그가 좋은 작품을 골라 더 좋은 연기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가 유발시키는 눈물의 7-80%는 준이를 연기한 아역배우 신명철의 몫이라고 할 만한데 열성 엄마들의 손에 이끌려 연기학원에서 갈고 닦은 징그러울 정도로 닳고 닳은 연기 스타일을 자랑하는 전문 아역 배우 대신 연기 경험 없는 시골 학생을 캐스팅한 선택은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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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균 감독은 "실제 보고 들은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비참해서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 수위를 낮춰야 했다."고 밝혔듯이 곤궁함을 넘어 비참함에 달한 북한 동포들과 비참함을 견디다 못해 강을 건넌 탈북자들의 처지는 국제적인 관심 대상이며 인도주의적인 구호의 손길도 많이 뻗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이런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춤을 춘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이 영화도 순수한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졌고 그 진정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래. 저렇게 비참하구나.'까지는 공통적인 반응을 내놓지만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부분에서부터는 '내 일 아니다.'에서부터 '내부 붕괴에 이은 흡수통일'이나 '1국 2체제 연방제 통일'까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요. 남이나 북이나 적어도 겉으로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해결 방식에 대해 후유증이나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비극적인 역사의 경험이나 정치적 성향,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갈라지는 극과 극의 처방이 나오고 있고, 먹고 살기도 팍팍한 대다수 서민들에게 점점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가 되어가고 통일은 되도 그만이고 안되도 그만인 남의 일로 변해가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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