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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1. 15:38
월·E - 깜찍한 로맨스와 모험

월.E (감독: 앤드류 스탠튼, 주연: 제프 갈린, 밴 버트, 전체 관람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드림웍스는 동양적인 소재에 눈을 돌려  [쿵푸팬더]로 신천지를 개척하는데 성공했고, 디즈니-픽사는 SF 장르인 로봇과 우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소재를 성공적으로 발굴했습니다. 티저 예고편을 보면서부터 가슴 두근거렸던 저는 본 영화를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올해 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최고의 영화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래 요렇게 귀엽게 연기 잘하는 캐릭터를 본적이 없고, 이렇게 흥미진진하며 가슴 따뜻하게 만들고, 보고나서 다시 곱씹어보게 만드는 영화를 접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EBS에서 방영하는 유아프로그램처럼 대사가 별로 없는 애니메이션이라 네 살짜리 둘째까지 데리고 전 가족이 다시 관람할 예정입니다.

머나먼 미래, 지구는 환경오염과 폐기물 때문에 인간은 물론 식물까지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됐고 지구에는 월.E라는 폐기물 수거 로봇만이 로봇 바퀴벌레를 애완동물 삼아 수백 년 동안 외롭게 지구를 지키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불쌍한 월.E의 유일한 낙은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잡동사니들을 주워 모아 장난감 삼아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국가보다 더 강력한 초국적 기업으로 보이는 바이 앤 라지(Buy & Large)사에서 마련한 호화 우주선을 타고 우주공간에서 나름대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거대한 우주선이 유선형으로 날씬하게 빠진 식물탐사 로봇 이브를 떨어뜨리고 가고, 7백 년 동안 외롭게 살던 월.E의 눈에는 호기심이자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릅니다. 오른손에 막강한 화력의 무기를 쏘아대지만 천성은 착한 이브는 곧 주인공과 로봇들의 언어로 친해지게 됩니다. 우주를 떠도는 인간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금석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자라는지 여부이고 식물을 발견한 이브는 식물을 가슴 속에 집어넣고 원래 프로그래밍된 절차에 따라 수면모드로 들어갔다가 우주로 향합니다. 얼마 만에 만난 유일한 친구인데 월.E가 이브를 그냥 보낼 리 없죠. 그는 이브가 탄 우주선에 무임승차에 짜릿한 우주여행을 시작하고 거기서 엑시온이라는 거대한 우주선과 그 속에 사는 인간들과 로봇을 만나게 됩니다.

      

가장 경이로운 성취는 단순한 디자인의 로봇이 그 어떤 배우들보다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네모난 깡통로봇 형태인 주인공은 망원경 같은 눈과 포클레인 같은 손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첨단 가전제품 같은 디자인의 이브는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에 LED처럼 푸르게 발광하는 눈 모양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거죠.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 대신 서너 살 아기들 수준의 어눌한 언어로 의사소통하며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연기가 되도록 만들어낸 제작진의 노하우가 경탄스럽습니다.

프로그래밍된 임무에 따라 수면모드에 빠진 뒤 우주선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브 앞에서 안타까워하던 주인공이 이브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우산을 씌워주다가 벼락을 맞거나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추억을 만들어주는 장면은 애처로움이 느껴지고, 이 장면은 중요한 복선으로 막판 이브의 기억장치에서 재생되며 콧날 찡한 감동을 줍니다. 월.E와 이브가 소화기의 추진력을 이용해 우주 유영을 하는 장면도 명장면으로 꼽을 만합니다. 이렇게 떠들다보니  로봇이 어떻게 감정을 가질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듯한데, 이 영화 볼 분들이라면 그런 마음 집에 놔두고 오셔도 될 것 같네요.

주인공들 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정비소에 감금됐다 소동을 일으키는 불량 로봇들도 귀엽고 선장실의 심부름꾼 로봇도 그런데 특히 우주선 청소 로봇인 모가 압권입니다. 밖에서 들어온 오염물질로 감지된 것은 끝까지 쫓아가 닦아내는데 수백 년간 쓰레기 더미에서 뒹굴었던 주인공 월.E는 엄청난 오염물질이죠. 모는 우주선을 헤집고 다니는 주인공의 발자국을 따라다니며 청소하는데 궁시렁대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영화는 암울한 지구의 미래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환경오염을 견디다 못해 인간의 생존을 거부한 잿빛 행성으로 전락한 황량한 지구, 땅과 바다 위 뿐 아니라 우주선이 대기권을 탈출하면서 부딪치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등 우주 쓰레기가 지구 상공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우주선에서 각종 로봇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사는 인간들의 흉측한 진화 형태에서는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그렇다고 심각함을 계속 고수하지는 않습니다. 뒤이어 이어지는 액션과 모험의 재미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또 난폭하거나 비극적으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딱 전체관람가 등급에 맞게끔 일정한 한계를 명확히 설정합니다.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주요한 모티브를 따온 설정도 나오는데 ‘어 저거 거기서 베낀 거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 무렵 ‘사실 그 걸작에 바치는 오마주이거든요.’하듯이 솔직히 정체를 밝히는 것도 귀엽더군요. 따뜻한 정서적 바탕 위에 재미와 의미를 갖춘 내용으로 교육과 오락의 기능을 두루두루 발휘할 것 같으니 자녀와 함께 꼭 보시기를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모님께 로봇인형 사달라고 조르고 싶어질 만큼 ‘퇴행’의 욕구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SBS 남상석 기자의 영화이야기에서 가져왔습니다.남상석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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